어휴 써야지 뭐 어떡해

어찌저찌 겨우겨우

1차 기말시험과 두 번째 학기를 어찌저찌 마무리했다. 모든 수업이 녹화되어 까다로운 내용도 반복적으로 새길 수 있는, 게으른 학생으로서는 꽤나 호사스러운 학기였다. 마무리하기까지 학업적으로 바쁜 것 외에 마음이 너덜너덜한 몇 주를 보냈다. 분명히 방금까지 5월 초였는데, 그래서 임박한 학기말 ‘방학’을 명분으로 짬 내서 옥스퍼드를 방문했는데, 마음을 조용히 정리할 겸 런던에서도 하루종일 하염없이 걸어다녔는데, 푹 퍼져 노는 김에 보고 싶었던 영화들도 실컷 봤는데, 그러고선 루벤으로 돌아와 그간 차곡차곡 수집한 신박한 수제 맥주도 거나하게 마셨는데, 그 모든 건 불과 며칠뿐이었고 어영부영 정신 차려보니 벌써 5월 말이었다. 6월은 시험과 과제의 연속이었다. 첫 시험을 치른지 약 3주밖에 안 지났는데 벌써 아득하다. 하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고 내일 드디어 마지막 구술시험(고대 철학)을 치른다. 시험 직후에는 아빠를 마중 나가러 기차역으로 향할 거고, 바로 다음 날부터 우려 가득한 2주 동안의 부자 여행이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