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휴 써야지 뭐 어떡해

많이 긴장했을 신랑 신부를 위해 호응과 박수 부탁드립니다.

여행 도중 몇 달 전에 신청한 스피노자 『지성교정론』 강독 수업 영상을 부랴부랴 찾아 본다. 김은주 선생님의 번역본(도서출판 길)이 전자책으로 출시되지 않은 관계로 Edwin Curley의 영역본에 기대어 수업을 간신히 따라간다. 아직 1절에서 17절까지 밖에 후루룩 읽지 못해 한없이 과문하지만, 스피노자가 직접 쓴 문장으로 스피노자 철학에 입문하기에는 이만큼 좋은 저작이 없다는 것이 첫인상이다. 스피노자가 데카르트의 ‘방법’을 어느 지점까지 충실하게 상속하는지, 또한 어느 지점부터 ‘방법’을 새로운 윤리적 문제의식 속에서 불충실하게 전유하고 갱신하는지를 비교적 명확하게 보여준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 강독을 마치면 페르디낭 알키에의 입문서격 저작부터 데카르트의 『정념론』까지 다시 처음부터 꼼꼼히 읽어 나갈 생각이다. 파리 서점에서 책 한 가득 이고 지고 메고 올 생각에 벌써 부터 정신이 아득해진다.

L에게는 8월에 열리는 결혼식에 참석 하지 못하게 되었다고 드디어 소식을 전했다. 미안한 마음에 미루고 미뤄왔던 통보다. 일반 하객도 아니고 무려 사회까지 부탁 받았는지라 작년 말 부터 은근한 긴장 상태 속에서 별 볼 일 없는 사회자 멘트(“오늘 그 누구보다 빛나고 아름다운 우리 신랑 신부님은 서로를 마주 보고 서 주시길 바랍니다”)를 나름대로 준비했는데, 멀리서 축하해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자니 영 마음이 헛헛하다. (서글픈 건 단지 한여름 남산에서의 결혼식 후 뒤풀이 장소가 필동면옥일 수도 있다는 사실 때문만이 아니다. 몇 주 동안 냉면이 눈 앞에서 아른거리기는 하는데 하여튼 진짜 아니다).

축복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