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 철학을 공부하는 이들 중에 문제의식마저 완전히 서구적이게 되는 경우를 종종 본다. 나도 예외라고 하긴 어려울 것이다. 그건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니까. 누구나 마음속 깊이에선 자기야말로 ‘중도’다. 여기에는 아무래도 어쩔 수 없는 면이 있지만… 문제는 그 경화의 정도다. 요즘 말로다가 XXX무새(데리다무새?)가 되는 것, 말과 글이 뿌리 내릴 토양의 차이에 대해 맹목적이게 되는 것. 그 반대편에는 국학(?)으로의 급격한 회귀가 있다. ‘비서구성'(e.g. 한국성)을 본질로 치켜세우고 비서구적인 근원 쪽으로 갑작스럽게, 깊이 개종하는 것. 특히 근래의 각종 K-XXXXX 붐은 이 “연어적” 회귀를 손쉽게 정당화하게끔 한다. 둘 모두 몰역사적이기에 경계해야 한다. 실로 힘든 것은 사이에 머무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