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 때 국어 시간이었나 문학 시간이었나 어느 산문을 읽을 때였는데 선생님께서 이런 서두는 독자의 흥미를 북돋아 글을 읽게끔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해설해주신 적이 있다. 문제는 그 산문이라는 게 실은 일기였다는 데 있었다. 그리고 일기에 독자를 초대할 동기가 있을 수 있나? 짐작건대 그 선생님의 독단은 아니었고 주어진 교과 목표에 그런 식으로 해제하도록 되어 있었던 것 같다. 말 그대로 해설을 위한 해설을 만들다 보니 그렇게 됐겠지. 여하간 당시 어린 나의 마음으로는 이 글은 일기인데 웬 독자? 라고 생각해서 수업이 끝나고 선생님께 의아하다며 여쭸더니, 마음 좋은 선생님은 잠시 자료를 뒤적거리며 고민하시다가 네 말이 맞는 거 같다고, 이건 잘못된 설명인 거 같다고 대답하셨다. 그런데 사람들이 페북, 인스타, 트위터 등등에 ‘공공연’하게 일기를 쓰는 걸 보고 있노라니, 실은 그 해설이 진리를 선취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 글부터도 잡스런 일기인데 공공연하게(?) 작성되고 있지 않나. 선생님이 옳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