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골 바 사장님 말마따나 예전엔 아저씨들이 Mo’ Better Blues를 즐겨 듣는 꼴이 그렇게 싫었어요. ‘레미솔라시~’가 나오면 갑자기 옅은 미소가 드리우며 사지가 느슨해지는 모습이 별로였달까요. 근거 없는 자기만족에 젖어드는 헐거운 모습이, 가져본 적 없는 과거에 대한 향수 같은 게 보였기 때문이었을 겁니다.
마침내 그 감성이 뭔지 조금은 알 것 같아요. 각박한 나날 중 여유가 찾아온 찰나에 느끼는 임시적 자기 만족감이었거나 완전연소하지 못한 나날들에 대한 보상 받을 길 없는 아쉬움이었거나. 그런 걸 음악이 흐르는 순간이나마 조금 더 붙들고 싶은 마음이었을 거라 짐작해 봅니다. 누구에게나 남에게 들키고싶지 않지만 들키고마는, 가끔 낡은 주머니에서 꺼내보는 자기최면에 유용한 순간들이 있겠죠? 그것이 끝나는 시점은 어김없이 쓰라립니다만… 무뎌지는 게 죽기보다 싫었는데, 이렇게 늙는건가봉가. 헐겁고 비속하게.
다들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사연이 있었겠죠? 모두 고생 많으셨어요. 새해라고 무슨 좋은 일이 갑자기 생기겠습니까만, 다만 조금은 더 의연하고 씩씩하게 살아내길 저를 비롯한 모두에게 바라요. ‘지나가니 뭐 별 거 아니었잖아!’라며 떠올릴 올해의 무수한 일들을 무사히 통과해 왔듯이.
조금은 버벅대고 허술해도 괜찮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셔요!
Marx to Engels (1861): “May I wish you in advance every happiness for the New Year. If it’s anything like the old one, I, for my part, would sooner consign it to the devil. Salut. Your K. M.”